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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논

 

■ 서울 전시

전시 기간 : 2007년 10월 3일(수)~10월 9일(화)

전시 장소 : 갤러리 나우

 

■ 대구 전시

전시 기간 : 2007년 10월 29일(월)~11월 5일(월)

전시 장소 : 고토갤러리

 

논에 대한 단상

 

"다른 집 나락은 베지 말고 꼭 우리 집 나락을 베."

볍씨가 필요하다는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들여 농사지은 사람들의 낟알은 함부로 건들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래서 낫을 들고 할아버지의 논에서 필요한 만큼의 벼 포기를 베어왔다. 물론 다른 집 논의 벼는 털끝 하나도 건들지 않고 말이다. 한 톨의 낟알이라도 귀하게 여기신 할아버지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벼농사만 지으신 분의 소박한 삶의 철학인 셈이다. 농부로 평생 살아오신 분이니 그럴 만하다.

 

2002년 추석. 저수지 앞 할아버지 논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있다. 매년 봐왔던 논이라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성묘를 가려면 이 논 옆으로 난 작은 농로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추석이면 어김없이 찾게 된다. 그래서 매년 할아버지의 논에서 익어가는 벼를 볼 수 있다. 그 이전의 과정은 모두 생략한 채 잘 익은 벼만 보게 되는 것이다. 촘촘히 심긴 벼가 가을바람에 알이 서로 부딪히면서 카랑카랑 소리를 내고 있다. 유독 황금빛을 띠었고 알도 주렁주렁 열렸다. 아마도 그해가 마지막 벼농사임을 땅은 알고 있었나 보다. 

그해 겨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가을에 익었던 나락을 걷어 곡간에 고이 들여놓으셨다. 겨우내 먹을 양식을 마련하신 것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양식을 채 다 드시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듬해 봄부터 그 논에는 더 이상 벼가 심기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논 한 마지기 남겨 놓으셨지만 벼농사를 지을 형편이 못 되니 자연히 논은 비어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풀이 무성해져 원래 논이었는지 밭이었는지 구별할 수 없게 됐다. 

2007년 추석. 논 주위로 사과가 붉은빛을 띠며 익어가고 있고, 고추잠자리는 하늘 높이 날아다닌다.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논 둘레는 모두 사과 과수원이다. 그 과수원도 논이었는데 사과나무를 심은 지 벌써 십여 년이 되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논은 지금껏 잡풀만 무성한 묵논이 되어 있다. 그래도 올해는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 있다. 논두렁의 경계만이 이곳이 한때 논이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과수원 주인은 사과 과수원 만들게 논을 팔라고 한다.

할아버지에게 논을 물려받으신 아버지는 논을 팔지 않았다. 계속 논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버지의 바람이다. 그리고 나에게 논으로 넘겨주는 것이 아버지의 생각이란다. 고향에 땅 한 뙈기라고 가지고 있는 것이 고향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시는가 보다. 

그 땅에서 예전처럼 누렇게 익은 벼를 볼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할아버지의 삶도, 논의 흔적도 희미해질 것이다. (최수연. 2007)

논07-07하동

논07-07하동, 2007 141cm*112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96-01아산

논96-01아산, 1996 160cm*90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96-02아산

논96-02아산, 1996 160cm*90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7-06청산

논07-06청산, 2007 135cm*112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7-05청산

논07-05청산, 2007 135cm*112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7-04강화

논07-04강화, 2007 157cm*112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7-01강화

논07-01강화, 2007 112cm*157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7-02강화

논07-02강화, 2007 112cm*157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7-03강화

논07-03강화, 2007 112cm*157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4-01평택

논04-01평택, 2004 162cm*111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5-02김제

논05-02김제, 2005 200cm*90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5-01김제

논05-01김제, 2005 200cm*90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6-02장수

논06-02장수, 2006 157cm*112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6-01제주

논06-01제주, 2006 112cm*74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논02-01구례

논02-01구례, 2002 112cm*74cm, ED9 pigment Ink on smooth cotton Rag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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